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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이들은 놀아야 잘 큰다.

태풍의 영향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날, 드림스타트 역사탐방 프로그램에 아동인솔업무지원을 했다. 이동하는 버스 안은, 와이파이를 찾아 스마트폰 게임에 빠진 아이들에게 “배터리를 아껴라, 집에 전화해야지” 하는 고운 말과 “게임 그만 좀 해” 하는 인솔자의 단호한 외침으로 소란스러웠다.

그렇게 도착한 탐방지에서,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내리기 싫음을 표하고 “재미없어요”를 반복했다. 어차피 배울 건데 미리 알면 좋지 않냐 며, 어르고 달랜 보람 없이 눈으로 훑고 출구 찾기가 목적인 사람마냥 손에 스마트폰을 꼭 쥐고 탐방지를 벗어났다. 부셔버리고 싶은 스마트폰, 야속한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측은해 진건 두 번째 탐방지에서 작은 놀이터를 마주하고였다. 그네 두 개, 미끄럼틀 하나와 철봉이 다인 정말 작은 놀이터였는데, 아이들은 그 바람에도 땀을 쫄쫄 흘리도록 뛰고 놀며 웃었다. 태풍이 얼마나 센지 옆 나라는 가로수가 넘어질 정도라는데, 우리아이들은 그 바람을 이기고 땀을 흘렸다.

먼발치에서 아이들을 보며, 함께 인솔하는 선생님께 여쭸다.

“선생님, 쟤네 학교에 놀이터가 없었나?”

사실 알고 보면, 저들과 놀아주는 것들이 스마트 폰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뛰어놀 시간이 마땅히 없다.
아침에 일어나 고양이 세수라도 할라치면 밥 먹기도 바쁘고, 어영부영 등교하면 종일 학교공부를 하고, 하교하고는 곧장 학원·학습지에 지역아동센터나 방과 후 아카데미로 향한다.
점심시간이다, 쉬는 시간이다, 방과 후 활동 시간은 노는 것 아니냐 혹은 공부시간이 아니지 않느냐는 논리는 맞지 않다. 학교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 속에는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람에 필요한 모든 논리와 요소가 ‘학습’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귀가하고, 다 놀지 못한 것을 스마트폰에 기댈 밖에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차분히 또는 질서정연함으로 그네 탈 순서를 기다렸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림에 반대방향으로 오르는 친구를 교사가 입 땔 것 없이 저들끼리 안전을 논하며 제지하였다. 몇 번해보면 알게 되는 것들, 그런데 해보지 않으면 모를 재미와 논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들의 휴대폰은 나와 선생님의 무릎과 손 위에 쌓여있었다. 자연스레 휴대폰과 멀어진 것이다.

근래 일어나는 아이들 문제를 여기서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약한 체력, 험한 말투와 분노조절 장애 등과 같은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우리는 그 모든 원인을 스마트폰 사용으로 귀결 시키지만, 그 이전에 뛰어놀지 못함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함께 부대끼는 것이 불쾌하지 않고, 충분한 에너지 소비를 통해 분노할 힘도 사그라들게 하는 것들이 놀이의 참 기능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한다. 아이들에게 ‘게임 좀 그만해라!’ 하던 어른들은 ‘스마트폰 게임’ 말고는 놀 시간도, 질서를 체득할 기회도 얻지 못한 아이들에게 사과해야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돌아보아야한다. 어른·아이 없이 그 나이에 맞는 ‘논다’는 것을 이제는 이해해야할 때이다.
놀이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며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내 아이의 상담이 탐탁찮던 어느 부모님의 ‘이젠 돈까지 주고 놀란 말인가’ 하던 말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차례이다. 아이들이 잘 놀지 못하면 계속해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감히 ‘학원을 줄이세요.’ 할 수는 없다. 어쨌든 공부를 잘해야 선택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니까, 내 자식이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인데 어떻게 강권하랴. 오늘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 많이 했나를 묻고, 내 아이 공부 좀 많이 시켜달라는 부모님의 욕구에 어찌 마음껏 놀라고만 하겠나. 어느 체험프로그램 보다 학원·학습지 지원을 더 반기는 부모님들에게 어찌 놀아주시라 이야기 하겠는가.
그러나 아이들이 놀아야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알려 드릴 필요는 있다. 스마트 폰과 같은 스마트 기기는 아이들에게 공부할 도구가 아닐 수 밖에 없다.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매 순간 부모님들도 그런 사실을 직면하여야 한다. 내 아이가 잘 자라길 바란다면, 어느 늦은 시간이어도 함께 놀이터를 방문하는 건 어떨까.

칼럼진_김현정_네임텍

아이들은 놀아야 잘 큰다.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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